밀린 일기

5월 8일 금요일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엄마, 아빠에게 각각 마미북과 대디북을 숙제로 내주었다.

5월 9일 토요일

아침에 과외를 다녀오고 외할아버지 생신겸 어버이날 겸해서 가족사진을 찍어보았다. 집에 돌아와서는 베이스 라인 만들기와 약간의 작곡을 했다. 레포트도 밀려있어서 미리 조금 끄적였다.

5월 10일 일요일

진짜 오랜만에 베이스 레슨을 다녀왔다. 역시나 너무나 재밌는 시간이었다. 아빠가 대디북을 벌써 끝내서 쭉 읽어보았다. 단답들이 많아서 궁금증을 해결해주지는 못 하는 답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재밌다. 새롭게 알게된 사실도 몇 가지 있었다. 엄마, 아빠와 와인 한잔하면서 간단히 대화했다.

5월 11일 월요일

시험 성적이 포털에 입력되면서 문제가 생겨서 확인하러 가느라 아침부터 학교에 갔다. E랑 점심을 먹기 위해서 기다리면서 레포트를 조금 작성했다. 점심먹고 학교내에 있는 신기한 카페에 갔다. 과외하러 가면서 원래 눈여겨 보던 학교 밴드 동아리에 지원했다. 시간이 충분할지 장담할 수 없지만, 그토록 하고 싶어했는데 굳이 참지 않기로 했다. 오랜만에 중학교 때 친구들을 저녁에 만났다. 그냥 시덥잖은 얘기들을 나누며 저녁 먹고 맥주 마시고.. E의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 나왔다. 내가 찍어준 E의 사진들이 핀트가 나가있었다. 취해있긴 했지만 초점도 못 맞출 줄이야. E가 한강에서 찍은 사진들은 너무 예뻤다. 특히 LOVE라고 적혀있던 조명(?)을 특이한 각도에서 찍었는데, 찍을 때부터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는데 참 맘에 들었다.

5월 12일 화요일

본격적으로 실험이 시작됐다. 오늘은 비교적 굉장히 일찍 끝났다. 피아노 레슨 전까지 시간이 붕떠서 E를 불러냈다. 같이 공부하다가 피아노 레슨을 다녀왔다. E가 전에 추천했던 ‘날짜 없음’이라는 책을 빌려줬다. 이동 시간에 틈틈이 읽었다. 다시 돌아와서 저녁을 같이 먹고 공부를 조금 더 하다가 맥주를 마셨다. LP 바에 갔는데 이번엔 LP를 틀어주는 곳이긴 했는데 술과 안주가 아쉬웠다. 집에 돌아와서는 E와 같이(?)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라는 영화를 봤다. 우리도 꽤 많이 걸어다닌 날이었는데 같은 타이밍에 시작해서 카톡하면서 봤다. 러브라인도 이상하고 전체적인 전개도 희한했는데 귀여운 영화였다.

5월 13일 수요일

진짜로 본격적인 실험이 시작됐다. 처음으로 PCR을 통해 dna 구조를 만들어보았다. 실험 단계와 단계 사이에 기다려야하는 시간이 꽤 있다보니 그 중간중간에는 다른 실험을 병렬적으로 진행했다. 은근 정신없이 실험을 하다보니 어느새 4시간이 지나있었다. 요새 식물들에 소홀해서 미뤄뒀던 화분 옮기기를 했다. 은근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보는것이 재미있다.

5월 14일 목요일

E가 찍어준 사진을 보니 내가 너무 토실토실하길래 운동하기 시작했다. 학기가 끝나면 시작할까해서 미뤄두고 있었는데 안 되겠다. 실험과목의 레포트를 작성하는데 삽질을 해서 쓰잘데기 없는 데에 시간을 너무 많이 썼다. 다른 중간대체 보고서도 있고 과제도 있는데 큰일이다. 그래도 이거라도 마무리해서 다행이다. 과외를 좀 줄여야겠다. 돈 벌고 놀고 학교 다니고 음악도 하려고 욕심을 부리니까 너무 바쁘다. 작년에 방탕하게 시간을 쓴 벌일까.

5월 15일 금요일

아침에 부랴부랴 제일 급한 과제를 풀어서 제출했다. 실험을 했는데 약간의 실수가 있었으나 다행히 두 개의 샘플이 성공적인 결과를 보였다.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의식의 흐름대로 마구 작성해서 보고서를 제출했다. 미리미리 준비하려고 했었는데 결국에 이렇게 될 줄이야. 여기저기 다니면서 E가 빌려준 책을 다 읽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굉장히 잘 읽히는 소설이었다.

5월 16일 토요일

오늘 점심을 뭘 먹을지, 먹고나서 전시보기 전까지 뭘 할지 계획을 짜다가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심지어 늦잠잤다. 부랴부랴 준비해서 E와 만나서 드디어 안경을 새로했다. 해상도가 달라지니 너무나 쾌적하다. 점심은 갑자기 땡기기 시작한 완탕을 먹으러 갔다. 전시시간 전까지 딱 커피 마실 정도의 시간이 남아서 근처의 카페에 갔는데 너무나 맛있었다. 과테말라 레드 버번. 전시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내가 잘 공감을 못 하는 사람이라고 글을 적었었는데 이번 전시를 보면서는 의외로 울컥하기도 하면서 어느 정도 공감을 했다. 조금 더 공부를 해서 잘 아는 상태로 전시를 봤더라면 더 재밌었을 것 같다. 저녁은 E가 아는 고기집을 가서 돼지를 구워먹고 E의 집으로 갔다. 간단히 치즈 따위의 안주를 사서는 와인을 마셨다. 원래 같이 보려고 했던 영화를 틀었는데 민망하게시리 졸았다. 어쩌다보니 자고가게 됐는데 ‘날짜 없음’의 주인공들처럼 어두움을 틈타 속마음을 고백했다. 진심을 너무 솔직하게 말한 것 같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정신이 없었다. 얼굴을 보고 말했다면 오히려 말을 아꼈을 텐데.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하고자 하는 것과 오래 관계를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다. 대입결과를 기다리듯, 모든 것을 오픈하고 대답을 기다리니 긴장이 된다.

5월 17일 일요일

역시 얼굴을 보면서 대답을 묻지는 못 했다. 아침을 먹고서는 바로 점심 약속을 갔다가 저녁에 과외를 갔다. 일부러 시간을 빠르게 흘려보냈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심장이 아리는게 신기하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